ⓒ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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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8경 중 비경으로 손꼽히는 4경은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는 한옥의 지붕과 담장이 발 아래로 펼쳐져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물결이 느껴진다. 따듯한 햇볕이 깃드는 기와 지붕과 담장, 산자락을 닮은 처마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한국 전통 주택의 미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북촌 한옥 마을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가옥들 중 언덕배기에서 푸른 기개를 뽐내는 블루재는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다. 청와대 건축 당시 사용되었다고 전해지는 담장의 푸른 기와는 자연과의 조화를 이룸과 동시에 외부와의 확실한 경계가 되어 존재감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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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지붕과 담장은 예로부터 집의 전경을 바라볼 때 그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집에 사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푸른 기와가 수놓아진 블루재의 담장과 살짝 고개를 들어올린 추녀와 처마가 자랑하는 매끄러운 곡선의 조형미는 거침없이 그어진 서예의 한 획처럼 소박하기도, 울리는 북소리처럼 웅장하기도 하다. 101평의 대지 위 세워진 대형 한옥인 블루재에 들어서면 섬세하고도 한국적인 문양의 나무 대문이 수줍게 환영인사를 건넨다. 최근 도처에 오픈하는 한옥 스테이를 보면 한국의 전통적인 가옥 프레임과 구조를 유지하며, 한옥의 불편함을 보완하고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노스텔지어가 브랜딩한 블루재의 경우, 기존의 집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되살리고 끌어올리는 방식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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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의 가장 아름다운 거리인 가회동 31번가 자락에 위치한 블루재는 1900년대 한옥의 원형이 비교적 완벽해 '보전 상태가 문화재급'이라는 칭찬을 듣곤 한다. 한국 고유의 문양이 아름답게 새겨진 나무대문부터 우물 천장, 유리창의 창살 등 모두 192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ㄷ'자 형태인 블루재의 중심에 서서 중정을 바라보면 양 옆으로 뻗어 나가는 한옥 구조가 마치 담장을 넘어 푸른 남산을 품에 안은 듯하다. 거실에서 즐기는 아늑한 정원과 그 뒤로 이어지는 한옥 지붕의 물결, 자연스럽게 흐르는 남산 자락과 정점에서 솟아난 랜드마크까지. 이곳에서는 태양의 색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들을 눈에 담고자 하면 한시도 지루할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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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night in your palace' 가장 한국적인 곳의 가장 한국적인 호텔, 블루재는 최고의 한옥이 보여주는 위엄과 품격을 갖추고 있다. 6~8인 정도의 단체 인원도 수용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키친 룸은 오붓하고 흥이 넘치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거실 중앙에 거대한 콘크리트 테이블을 배치했다. 천장의 서까래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특유의 단아함이 느껴지는 주방은 히든 키친으로 구성해 요리 전후 문을 닫아 정돈된 느낌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한국의 미가 느껴지는 그릇과 잔, 다양하게 구성된 커틀러리는 품격 있는 한 끼 식사를 차려내기에 충분하다. 이외에도 이곳에서의 하루 남짓한 시간이 최고의 경험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내부의 음악, 조도, 향기 등 작은 디테일에도 세심함이 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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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로망이자 귀족의 상징과 같은 오픈 욕조가 위치한 메인 룸은 블루재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밴 창살과 그림, 쏟아지는 햇살을 살짝 덜어줄 가리개, 특수 처리된 유리로 제작해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이 공간은 눈 앞에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가 더해져 노스텔지어가 스스로를 '익스클루시브 한옥 호텔'이라고 이야기하는 명확한 근거가 되어준다. 여기에 골목 사이로 작은 집들이 이어지는 북촌의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컨시어지 서비스는 한옥이 가지는 고유의 가치에 콘텐츠를 입히고 그것을 공간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노스텔지어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비 내리는 계절의 끝, 블루재의 처마 자락을 붙잡다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상상해보자. 단순한 머묾이 아닌 향수를 부르고, 향수를 남기는 한옥, 블루재의 매력에 스며드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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